상업시설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위례를 비롯하여 광교신도시 등 신도시 상가는 물론이고 구도심의 상가도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분양은 성공했지만 임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상가투자나 건축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진화하고 있는 상가트렌드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분양성공한 상업시설의 한계
그동안 국내에서 수십년간 디벨로퍼 주도로 개발한 상업시설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분양에는 성공했지만 대부분 점포가 오랫동안 공실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껏 들어오는 업종이 카페와 부동산, 편의점 정도가 고작입니다. 결국 건설사나 시행사가 직접 임대하지 않고 분양해서 개발 이익을 올리는데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상가를 일일이 쪼개서 분양하면 소유자가 모두 달라 관리가 어렵고 테마상가로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공실은 장기화되고 결국 상권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상업시설 운영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상업공간도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각에서 봐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 상가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최근 일부 중견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상업시설을 분양하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경기도 동탄신도시 '레이크꼬모'와 '엘리웨이광교'가 대표적입니다. '레이크꼬모'는 약 4만평에 달하는 상업시설 중 70%를 시행사인 우미건설이 직접 보유한 뒤 임대를 내줬고 30%만 분양했습니다. 건설사가 직접 임대하다 보니까 다양한 업종이 적재적소에 맞춰져 임대가 진행되고 업종 충돌도 막을 수 있어 임차인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사업계획 단계부터 업종에 따라 상가 면적을 달리 구성해 추가 공사비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예로 10평씩 구역을 나눠서 상가 분양을 하면 보다 넓은 공간을 원하는 임차인에게는 공간이 제한돼 벽을 허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소유가 모두 달라 협의하는데 어려움도 상당히 따릅니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분양하지 않고 직접 임대하게 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상권과 업종들이 골고루 입점하게 돼 다양성과 차별성을 갖출 수 있어 경쟁력 있는 상가로 성장하게 됩니다.
◈ 상업시설 개발 과정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개발계획부터 개별 분양하지 않고 디벨로퍼가 부지르 매입해 설계 단계부터 대형 키 테넌트(핵심 임차인)를 먼저 접촉합니다. 상업시설 콘셉트를 구체적으로 짠다음 동선도 세밀하게 구상합니다. 디벨로퍼가 계획 진행 과정을 총괄하게 됩니다. 일본 쇼핑센터 '라라포트' 들어보셨나요? 미쯔이 디벨로퍼가 전체 운영을 맡아 쇼핑몰을 기획했습니다. 공실 없기로 유명한 이 쇼핑몰은 일본 교외 지역 곳곳을 장악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분양만 완료되면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의 디벨로퍼는 상업시설 운영까지 할 수 없는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디벨로퍼의 임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광교신도시 '앨리웨이 광교'의 경우에도 시행사가 100% 임대를 진행했습니다. 주상복합 건물도 상층부 주택은 완판해도 저층부 상업시설이 텅텅 비어있다면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 소규모 상업시설은 어떨까?
"작은 건물이라도 건축주의 신념과 개성이 반영된 건물이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상업시설과 차별화하는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옥상에 특화된 정원을 만들거나 야외 테라스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죠! 요즘 서울 연회동이나 성수동에서 이런 특화 설계로 임대료를 더 받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선호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 지속가능한 상업시설 조성을 위한 방안
상가 개별 분양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전체 면적의 30~40%라도 집객이 가능한 시설을 직접 임대 운영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관·대형서점 같은 키 테넌트 중심으로 상가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목적이 분명해야 상권이 오래 유지됩니다. 개별 분양자가 많아지면 의견 일치가 안돼 전체 상권의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워집니다. 내 가게만 잘 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상가를 운영하면 상권 전체가 죽게 되는 것이죠. 스트리트형 소규모 상가가 모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각각의 상가가 공생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공멸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 상가투자나 건물 건축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상가의 취약점이나 '젠트리피케이션(외부인 유입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임차인 영업이 잘 돼야만 적정 임대료를 꾸준히 잘 낼 수 있고 상권이 지속돼야 임대료 인상도 가능한 것입니다. 최근 서울 연남동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말자고 합의한 바람직한 일이 있었습니다. 임차인이 살아야 임대인도 살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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