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에서 "분양률 O%!" "잔여 가구 마감 임박"이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을 홍보하는 카달로그나 전단에서 이 같은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분양률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인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건설사는 계약자의 마음을 급하게 하고 조기에 완판을 하기 위해 일부러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합니다. 소비자들은 건설사나 분양대행사가 주장하는 분양률을 믿고 계약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분양촉진을 위해 실제와 달리 "뻥튀기"한 분양률이 대부분입니다. 막상 입주하면 단지가 휑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지만 뒤늦게 속았다고 생각해 시행사나 분양대행사 상대로 분양계약 해제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분양정보를 독점하는 시행사나 건설회사가 계약 체결 뒤에 해야된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면 재판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분양률 과장 사실을 밝혀내기가 어렵다고는 해도 여러 증거를 종합해 사실을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 증빙자료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부동산을 구입한다는 것은 전재산이 걸려 있을 수 있는 만큼 과장광고나 불법 뻥튀기로 속고 사는 사람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 사례
대우건설이 2010년 5월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RM1블록에 분양했던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는 지상 45층 10개동에 1703가구를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최초 분양 당시 전체의 85% 정도가 미분양됐고 대우건설은 분양대행사인 A사와 계약을 하고 2011년 3월부터 이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을 할인 분양했습니다. 분양률은 저조했고 2013년 1월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2년 동안 살아보고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프리리빙제(환매조건부 매매)'까지 도입되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이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계약한 박모씨 등이 대우건설과 A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두 회사가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려고 분양률을 과장해 홍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씨는 당초 고지받았던 분양률이 70%로 높았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씨는 "35평이나 39평은 이미 완판됐고 42평만 일부 남아이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분양률은 ▲2010년 10월 15.5%(264가구) ▲2011년 2월 32%(543가구) ▲2011년 말 55.8%(951가구) 등에 그쳤던 것입니다.
박씨 등 수분양자 주장에 대해 대우건설과 A사는 "분양률을 70%로 과장한 사실이 없다"고 햇습니다. 두 회사측은 "과장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가계약 철회 등을 포함하면 박씨가 분양받았던 시기의 분양률은 50%를 넘어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판례
부동산을 거래할 때 상대방이 해당 부동산에 대해 어떤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를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통념상 명백한 경우,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사전에 상대방에게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고지의무 대상은 직접적인 법이나 규정과 관련된 사항 뿐만 아니라 관습·조리상 통념에 따른 것도 인정한다(2004다48515 판결).
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통념상 소비자들이 분양률을 중요한 척도로 여긴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파트 청약할 때 입지나 주거환경을 따지는 것처럼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는 해당 단지의 투자가치 판단 요소로 분양률을 비중있게 고려한다는 것과 대우건설과 A시행사도 이 점을 잘 알고 저조한 분양실적을 무마하기 위해 분양률을 부풀린 것이 때문으로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대우건설과 A사에게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배상 금액은 소비자들이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아파트 광고에 높은 신뢰와 기대를 갖는 점을 감안해 분양가의 5%로 결정했습니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주택형별로 ▲84㎡ 3억6999만~4억4398만원 ▲94㎡ 4억2874만~5억2744만원 ▲101㎡ 4억8611만~5억9937만원 ▲115㎡ 5억7847만~6억7401만원 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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